조왕님에 대하여
| 일광 | 조회수 955
조왕님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섣달 그믐에, 집중적으로 조왕님께 예경을 올린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한 해의 보살핌에 감사하면서, 아울러 선처를 바라는 뜻이다. 따라서 민간에서는 제물로 엿을 빠뜨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천상에 가서 엿처럼 달달한 말만 하기를 바라는 마음, 입이 붙어 아무 말도 못하게 하려는 마음이 두루 담겨 있다. 조왕님의 존재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인간의 일을 엄중하게 기록하는 관리의 역할이 부각되어 있다. 조왕님은 ‘선악을 분명하게 가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조왕님을 둘러싼 기본담론은 부엌을 삿된 침입으로부터 지키는 동시에, 인간의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포박자(抱朴子)>에 “인간사를 살핀 조왕이 주기적으로 하늘에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죄를 고해 벌을 내린다”고 기록한 데서 유래하였다. 조왕님의 승천시점은 매월 그믐밤으로 보다가 점차 일 년에 한 번으로 여기게 되었다.  사찰 공양실은 탱화로 조왕님을 모시고, ‘나무조왕대신(南無竈王大神)’이라는 위목(位目)을 써서 모신다. 탱화 속의 조왕님은 머리에 관을 쓰고 문서를 든 모습이며, 아궁이 땔감을 대는 담시역사(擔柴力士)와 음식을 만드는 조식취모(造食炊母)를 좌우에 협시로 있다.
사찰에서 조왕불공을 올리는 뜻은, 대중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공양간을 신성하게 여기며 청정하게 다루도록 하기 위함이다. 공양간은 부처님께 올릴 마지와 수행자의 대중공양을 짓는 소중한 영역이기에, 조왕에게 부여된 ‘선악의 감시’는 외부의 삿된 적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의 삼독도 끊임없이 점검할 것을 깨우치는 가르침이다.
이처럼 조왕은 남신으로 여기지만, 이른 시기의 조왕은 여신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모계사회를 반영하는 것이자 부엌을 다루는 어머니의 존재가 투영된 것으로, 이후 부계질서의 강화와 함께 점차 남신으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그런가하면 민간에서는 ‘남성중심의 조상제사’와 ‘여성중심의 가신신앙’을 구분하여, 낮은 제사의 신격으로 조왕의 여성성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조왕은 성 정체성에 있어서도 시대와 의례주체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지닌 채 우리와 함께해온 신이다.
“이 공양 드시고 성불 하십시오.” 새벽4시가 되면 통도사의 반두(飯頭) 스님과 행자가 공양간 조왕단에 촛불을 밝히고, 오늘 하루의 무사를 기원하며 세우는 발원이다. 사찰 후원의 하루는 이렇게 공양간 소임을 맡은 이가 조왕님께 합장배례 하는 기도로써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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