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야기

나의 행자시절....................해인사 동문회보

일광	2023-08-23 11:19:29, 조회 : 229, 추천 : 20

나의 행자시절

해인사승가대학 총동문회 총회가 있는 날이면 나는 빠짐없이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해인사 큰법당 부처님께 예배하면 그 옛날 강원시절이 생각이 나고 또 동문 선배스님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동문선배스님들이 마이크를 들고 인사하면 꼭 하시는 말씀들이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님이 된 것이고 또 하나는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한 것이다>라고 말씀 하신다. 그 말을 들으면 가슴이 뭉클하면서 감격스럽다. 선배스님들의 말씀에 100% 공감하기 때문이다. 해인사 승가대학은 선우들의 모임이고 우리 대한불교 조계종의 모범 교육도량이기 때문이다.
나는 행자생활을 5년 정도 하였다. 1974년 부산 당감동 선암사에서 시작하여 범어사, 통도사, 동화사. 은해사. 마곡사. 월정사. 쌍계사. 직지사. 부석사등 크고 작은 여러 사찰에서 행자생활을 하였다. 통도사에서 행자로 있을 때 극락암 경봉큰스님을 친견하려고 행자 7명이 삼소굴을 찾아갔다. 경봉큰스님께 3배의 절을 하고 자리에 앉으면 모두에게 차례로 출가동기를 물어본다. 굉장히 자상하시고 잘 보살피는 어른이시다. 지금 생각하면 큰 물고기가 있나 없나를 살펴 본 것이라 짐작된다. 나는 그때 통도사 주지 초우큰스님 시자를 하였다. 다과를 차리고 방청소를 하고 큰스님의 고무신을 깨끗하게 씻었다. 옆방은 적묵당인데 벽안큰스님이 계셨고 상좌 지선스님이 독강으로 사미율의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밖에서 마루에 앉아 작은 소리로 들려오는 벽안큰스님을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다. 아름답고 순수한 푸른시절이었다.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는 겨울이면 황량하다. 눈까지 내리면 부석사의 겨울은 더욱 더 비감해진다. 1977년, 그때는 생활이 곤궁하여 사찰을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관광객도 주말을 제외하면 찾아오지 않는다. 부석사에 경제적 생활이 어려워지자 주지 라영현스님이 부목처사와 행자인 나를 불러서 쌀을 부석장날에 팔아오라 하였다. 불자님들이 동지를 전후하여 부처님께 올린 공양미를 처사가 쌀 한가마니 조금 안되게 지고, 내가 20kg 쯤 지게에 지고 10리 길을 걸어서 부석면 5일장으로 갔다.
시장 한 켠에서 쌀 전을 펼쳐놓고 서 있었다. 겨울 장이라 부석장날은 한산하였다. 나는 승복을 입고 있었는데(그때는 행자도 승복을 입었음), 사람들이 쳐다 볼까봐 한 없이 부끄러웠다. 빨리 팔고 가야 하는데, 근심과 걱정이 밀려왔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더니 자루에 든 쌀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여러 가지 쌀이 섞여 있네요”하였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묵은쌀 햇쌀이 썩여 있으니 누가 이런 쌀을 사 가지고 가겠는가? 쌀을 팔지 못하고 다시 이 쌀을 짊어지고 절로 돌아가야 하는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어느 절에서 왔습니까?" "네 부석사에서 왔습니다." "그럼 부처님께 올린 쌀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부처님께 정성으로 올린 공양미입니다." 아주머니는 표정이 밝아지면서 금방 쌀을 사는 것이었다. 절에 다니는 불자님으로 부처님이 감응하신 공양미라는 의미에 감복 하였던 것이다. 나는 부처님께 감사기도를 하였다. 부석사 법당은 무량수전이다. 한 가운데 부처님은 국보 제45호 아미타부처님이다. 그 상호는 너무나 거룩하다. 주지스님이 출타하고 사시마지 시간이 되면 불기를 가지고 법당에 올라가 거룩한 국보 부처님께 마지를 올린다. 그러면 부처님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부처님께 지심으로 예경을 올리면 나의 모든 소원을 들어 주실 것 같았다. 그러던 정월 보름날 새벽에 아침 예불을 하고 방안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였는데, 꿈에 선명한 모습으로 경허 큰스님이 가사와 장삼을 입어시고 좌정하고 계셨다. 평소 행자실에 경허큰스님의 <중노릇 하는 법> 법구가 걸려 있기 때문에 현몽한 것이리라
“대저 중노릇 하는 것이 어찌 적은 일이리요.
잘 먹고 잘 입기 위하여 중노릇 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되어 나고 죽는 것을 면하고자 하는 것이니,
부처되려면 내 몸에 있는 내 마음을 찾아 보아야 하는 것이니
내 마음을 찾으려면 몸뚱이는 송장으로 알고
세상 일이 좋으나 좋지 않으나 다 꿈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침에 있다가 저녁에 죽는 줄로 알고,
죽으면 지옥에도 가고 짐승도 되고 귀신도 되며, 한없는 고통을 받는 줄을 생각하여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리고 항상 내 마음을 궁구하되,
보고 듣고 일체 일을 생각하는 놈이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고?....................”
참선곡에도 글이 있다. “.......소소영영 지각하는 이것이 무엇인고?”